서론

2. 영문법의 윤곽

zephyr 2009. 8. 20. 23:08

 

    어떤 것을 배울 때에는 무엇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 좋은 출발이 된다. 

문법의 최상위 단위(the highest-ranking unit)는 문장이다.

문장의 이해를 위해 문법이 하는 일은 문장 구성단위의 형태(form)를 

구분하여 그것이 문장 속에서 하는 역할(function)을 파악하게 해주는

것이다.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등의 품사는 구성단위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고

주어, 서술어, 보어, 목적어, 수식어 등의 요소는 구성단위의 역할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떤 언어든지 문장의 요소는 공통이지만 그 역할을 하는 구성단위의

형태가 다르다.


구성단위의 형태와 역할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문장의 구성단위인 어구의 형태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를 구분해 어구의

역할 (주어, 동사, 목적어, 보어, 수식어)을 파악하는 것은 가족의 구성단위인

사람의 형태 (남, 여, 노, 소)를 구분해 가족의 역할 (부, 모, 아들, 딸)을 파악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1 ) 문장의구성 단위:  의미집단 

 

   문장의 구성단위(constituents)는 문장의 성분이나 재료가 되는 단어 혹은

단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도막도막의 마디, 어떤 의미의 덩어리(meaning

clusters)를 가리켜 문법학자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생각단위(thought unit), 단어집단(word group), 어구(phrase)이라고도

하는데 최근의 추세는 의미집단/의미단위(sense group)이다.

어떤 언어의 문장이든지 의미집단의 형태는 “누가/무엇이 어떠하다.” 또는

“누가/무엇이 누구를/무엇을 어찌하다.”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어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등이 수식어로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영어 문장은 대개 2~5개의 요소로 이루어진다. 

우리말에서는 조사와 어미가 문장의 요소를 직접 표시해 주지만 

영어에서는 의미집단들의 긴밀성과 위치에 따라 문장의 요소를 구분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말에서는 조사와 어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영어에서는 의미집단의

경계 (demarcation of sense groups)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영어의 문법을 안다는 것은 영어 문장의 의미집단을 구분하여 그것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 할 것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의미집단 : [누가]    [ ~하다 ]       [ 무엇을 ]                             

           [ You ]  [can guess ] [how I felt/ when he said/ I am too old.] 

          [너는] [짐작할 수 있다.] [내 기분을/그가 말했을 때/내가 너무 늙었다고 ]

                        

[  ]는 의미집단의 경계 , / 는 큰 의미집단 안에 속하는 작은 의미집단의 경계이다.

[how I felt / when he said / I am too old ]는 세 개의 작은 의미집단이 모여

다시 하나의 큰 의미집단이 된 것이다.  

    “너는 / 그가 내가 너무 늙었다고 말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 개의 의미집단 [누가], [ ~하다 ], [ 무엇을 ] 으로 구성된 문장이다. 


 

 

       2) 의미집단의 형태


의미집단의 형태는 단어(word), 구(phrase), 절(clause)이다.

의미집단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단어, 구, 절을 각각 동등한 자격의

문장구성단위로 보는 것이다. 


A: 명사어구 (noun phrase)

     Mom wants you.                                        --- 단어

     (엄마가 너를 원한다/보잔다.) 

     Mom wants to have a short rest.                  --- 구

     (엄마가 잠시 쉬기를 원한다.)

     Mom wants what is peace and quiet.              --- 절

      (엄마는 평화롭고 조용한 것을 원한다.)

 

B: 형용사어구 (adjective phrase)

     It’s a long story.                                             --- 단어

     (그것은 이야기다.)

     It’s a story about a princess and a frog.            --- 구

     (그것은 어느 공주와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It’s a story which every child will enjoy.             --- 절

     (그것은 모든 아이들이 즐기는 이야기이다.)


C: 부사어구 (adverb phrase)

     We’ll discuss this tomorrow.                            --- 단어

     (이 문제는 내일 의논해 봅시다.)

     We’ll discuss this in the afternoon.                   ---  구

     (이 문제는 오후에 의논해 봅시다.)

     We’ll discuss this when he comes back.             ---  절

     (이 문제는 그가 돌아오면 의논해 봅시다.)

 

단어는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다섯 가지,

구는 명사구, 형용사구, 부사구 세 가지,

절은 명사절, 형용사절, 부사절 세 가지가 문장의 구성단위가 된다. 

즉 문장의 구성단위는 명사어구(noun phrase), 동사어구(verb phrase),

형용사어구(adjective phrase), 부사어구(adverb phrase)네 가지이다. 

 

8품사의 단어 중 전치사는 명사 앞에 놓여 형용사구 혹은 부사구를 만들고

접속사는 단어, 구, 절을 연결해 주며 감탄사는 문장과는 독립적으로 쓰인다.

 

구의 명칭에는 8품사의 이름을 그대로 갖다 붙인 것뿐만 아니라 부정사구,

동명사구, 분사구등도 있다.  이와 같은 것들은 문장 구성단위의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외형상의 형태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편의상 붙이는 명칭이다.



      3) 의미집단의 역할 

 

영어는 의미집단인 단어, 구, 절이 문장 속에서 어떻게 배열되는가에 따라

그 역할/성분이 정해지는 위치어(fixed word-order language)이다.

같은 형태의 의미집단이 위치에 따라 어떻게 그 역할을 달리하는가를 살펴보자.


A. Let’s go to the place where the accident happened.

B. Let’s go to where the accident happened.

C. Let’s go where the accident happened.


단어의 가감이 있기는 하지만 세 문장 모두 같은 의미로

“그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에 가 봅시다.”이다.

 

세 문장에 공통으로 쓰인 의미집단  “where the accident happened”는

앞에 놓인 단어와의 관계에 따라


A)에서는 “그 사고가 일어났던”  

B)에서는 “그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 

C)에서는 “그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에”의 의미로


A)는 장소(place)를 수식하는 형용사절,

B)는 전치사 “to”의 목적어인 명사절,

C)는 동사 “go”를 수식하는 부사절이 된다.


이 처럼 같은 형태이지만 문장 속에서의 위치나 환경에 따라 의미집단의

역할/성분이 달라진다.

B)에서는 “the place”가 생략이 되고, C)에서는 “to the place”가

생략됐다고 설명하는 것이 종래의 문법이다. 그것은 잘못된 설명이다. 

A, B, C세 문장 모두 임의적(arbitrary)이고 선택적(optional)인 문장이다.   

어떤 근거에서 A)가 본원적인 문장이고 그것에서 무엇이 왜 생략된다는 것인가?


위치에 의한 의미 집단의 성분 변화. 이것이 영어 어법의 근간이고

대전제이다. 

위치어인 영어의 본질은 접어놓고 자꾸 무엇이 생략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영어 문법을 배우는 것은 영어의 육하(누구/무엇/언제/어디서/어떻게/왜)를

나타내는 의미집단의 형태와 역할 그리고 동사의 어법을 배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