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배려하는 사회 | |
염 재 호(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하철을 타면 세상이 많이 보인다. 요즘 복잡한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다른 사람을 밀치고 지날 때에도 미안하다거나 죄송하다거나 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대부분 “잠깐만요!” 라거나 “잠시만요!”라고 하면서 내린다. 식당에서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나를 때에도 대부분 “잠깐만요!”라는 말을 많이 쓴다. 여러 해 전에 이런 표현에 대해 논술 모의고사를 내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잠깐만요!”가 미안한 마음을 나타내는 공손하고 예의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방보다 자기가 중심인 언어와 생활 왜 미안하다거나 죄송하다라는 표현을 듣기 어렵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쓰는 “잠깐만요!”라는 표현은 매우 자기중심적이다. 내가 나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으니 당신이 잠시만 당신의 권리를 유보해 달라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상대편에 대한 배려가 깊으면 내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때에는 당연히 내가 미안하고 내가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잠깐만요!”라고 하면서 자기의 권리만 주장하는 자기중심적인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자신의 권리 찾기에서 나아가 남에 대한 배려를 과연 공동체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을 어떻게 조화해야 할까? 군사독재체제를 벗어나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집단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우선시했다. 경쟁사회가 심화되면서 남에 대한 배려보다 내가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시장주의의 강박관념도 우리 속에 깊게 뿌리내렸다. 청문회가 되었건 국정감사가 되었건 정치인들도 자신이 마이크 잡으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무조건 공격하고 본다. | |
|
'모음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비결을 다음 두 마디 가운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0) | 2011.08.10 |
---|---|
우리 인생에 귀감이 되는 명구들 (0) | 2011.07.29 |
재치있는 인생 살아가기 (0) | 2011.07.26 |
인생 나이 70을 넘으면 (0) | 2011.07.21 |
정주영 (0) | 201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