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TRACTIONS

시바다 도요

zephyr 2011. 2. 11. 18:41

약해지지 마… 시바다 도요
2011년 2월 8일 화요일

 

약해지지 마
시 : 시바다 도요
저기, 불행하다며 한숨 쉬지 마 돈 있고 권력 있고 그럴듯 해 보여도 외롭고 힘들긴 다 마찬가지야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 위 시는 올해 100세가 되신 일본 시인 시바다 요꼬가 지난 해 99세의 나이로 첫 시집을 내어 일본 열도를 감동시킨 시집 "약해지지 마"에 실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시바다 요꼬는 90세가 되던 해부터 시쓰기를 배워가며 희망을 가졌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몸도 마음도 약해지고 외롭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녀는 시쓰기를 하면서 용기가 생기고 나약한 마음이 없어지며 삶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시쓰기 공부를 하다보면 소재가 되는 인간간의 관계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모든 자연의 순리적인 이치, 그리고 인간의 도리 등을 발견하고 깨달아 가기 때문에 뇌의 퇴화를 막고 사소함 속에서도 고마움과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 시바다 요꼬는 그것을 경험했던 것입니다. 그녀는 시공부를 하기 시작하여 9년 만에 그동안 쓴 시를 묶어 시집을 내서 일본사람들에게 삶의 지혜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 지난 설을 전후로 하여 가슴 아픈 소식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안양시 석수동 어느 월셋방에서는 32살의 젊은 시나리오 여성작가가 병과 가난으로 얼음처럼 차겁게 굳어갔습니다. "남은 밥 있으면 좀 넣어주시오."라는 메모가 남겨졌다는 사실은 참으로 나를 슬프게 합니다. 유명한 예술학교를 나와서도 그렇게 살아야 하다니...


그 비참한 경우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제가 지난 80년대 초 서울 KBS 극작가 연수교육을 받는 동안 숙식을 해결하지 못하고 끝내 종로 청진동의 한 식당을 찾아가 술상 밥상을 나르며 다음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그곳의 의자에서 먹고 자며 월급없이 생계를 잇던 생각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다들 어렵게 사는데 군 복무 마치고 나온지 얼마 안 된 놈이 어느 누구에게 부탁을 할 용기도 없었던 것입니다.


설날 저녁 울산의 어느 여관에서는 젊은 부부가 갓난 아이들 둘을 버려두고 사라지고, 김해에서는 70대 노인이 길에 쓰러져 죽었다고 합니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키울 능력이 안 되면 영아보호소에라도 데리고 가야하는데 왜 그렇게 버려둘 생각만 했는지 안타깝습니다. 길에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노인 역시 만약 가족이 없으면 국가 보호시설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옳았을 것입니다.


정초에 슬픈 소식들이 너무 많아 올해 100살의 시인 시바다 도요의 시 "약해지지 마"를 보냅니다. 주변에 계신 분들과 함께 이 시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산에 가 보면 상처없는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듭니다. 남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되지만 살다보면 상처없이 크는 생명은 없습니다. 상처가 있는 자리에서 희망의 싹을 틔울줄 아는 사람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비록 가진 것 없다해도 진정한 삶을 사는 사람은 외롭고 힘든 이들에게 사랑과 희망과 용기를 주는 벗이 될 수 있습니다.


- 선율: Next to Silence - Deva Yoko
- 사진: Mario Aielli

 



'DISTRACTI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a good neighbour........  (0) 2011.03.05
2011년 7월  (0) 2011.03.01
Incredible film from Our Extraordinary Planet  (0) 2011.02.11
오늘  (0) 2011.02.09
Bin Laden's Liquor Store Game   (0) 201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