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과 영어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

zephyr 2010. 4. 23. 00:26

 

  한 언어의 어법들은 그 얽힘과 설킴이 거미줄 같이 복잡다단하다.

더군다나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그 어법이 낯 설고 이상해 갈피를 잡기가

어렵고 거기에 모국어의 어법까지 뒤섞이면 더욱 혼란스러워 진다.

영어 문법의 주안점을 파악하고 영어 문장을 전반적으로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으로 우리말과 영어의 어법상 차이점을 알 필요가 있다.

 

 1.  영어의 문장은 대체로 [ 주어 + 서술어 + 목적어]의 어순으로 나타난다.

     우리말이 대체로 [주어 + 목적어 + 서술어]의 어순으로 나타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수식을 하는 말도 우리말은 대개 수식을 받는 말 앞에 온다.

     즉 우리말은 중심이 되는 말을 뒤에 위치시키는 것에 비해

     영어는 앞에 위치시키는 경향이 있다.

     서술어의 위치가 다른 것도 이와 같은 경향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2. 우리말에는 영어의 관사 (a, an, the)에 상응하는 말이 없다.

 

3. 우리말에는 필요시 명사에 [~들]을 붙여 복수로 사용하나 명사자체에는

    복수형이  따로 없다.

   우리말은 하나의 사물을 가리키든  여러 개의 사물을 가리키든

   명사의 형태가 대체로 동일하나 영어는 단수와 복수를 반드시 구분한다.

   우리말의  "책"은  영어에서는 상황에 따라  " book/a book/ the book/

    books/ the books"로 사용 된다.

     

4. 우리말은 어떤 대상을 강조하거나 분명히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맥에서

    파악되는 것으로 간주하여 대개 대명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영어의 관계사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와

    같은 대명사의 탈락 현상이 영어에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말은 "나는 신문에 사진이 실렸던 그 소녀를 만났다."에서

    "사진"을  구태어 [그녀의 사진]이라고 말하지 않는데 영어는

    " I met the girl whose picture was in the paper."라 하여 "whose(그녀의)"를

    사용한다.

 

5. 우리말의 동사는 주어의 인칭과 수에 상관없이 동일한 형태이나 영어는

    그렇지 않다.

 

6. 우리말은 형용사도 동사와 마찬가지로 서술어로 사용되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다.

    영어는 [be동사 + 형용사]의 형태를 취해 술어로  사용된다.

 

7. 우리말은 명사와 대명사에 격(cases)이 없다. 

    대신 조사(가, 이, 을, 를 등)를 붙여 단어간의 관계를 표시해 준다.

 

8. 동사의 시제(tense) 표현에서 우리말과 영어는 다른 점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말에는 영어의 완료형시제와 같이 정해진 형태가 없다.

 

9. 우리말은 이미 품사가 결정된 단어들이  어미나 조사의 도움으로 

    문장의 성분/요소을 구성한다.

    그러나, 위치어인 영어는 단어들이 문장 속의 위치에 따라,

    한정된 범위에서, 품사가 결정 되고 문장의 성분/요소를 구성한다.

    따라서 영어는 동일한 단어일지라도 문장에 따라 품사도 달라지고 의미도

    달라 진다.

    엄밀히 말해 영어 "long" 그 자체는  어떤 품사, 어떤 의미로

    결정 되지 않은 하나의 단어로서 "형용사다." "동사다". "부사다."라고 특정한

    품사로  미리 정 할 수 없다.

    " It was a long trip."에서는 형용사(긴)이고,

    " I long for peace."에서는 동사(갈구하다)이며,

    " Don't talk too long."에서는 부사(길게)이다.

 

10.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영어의 자동사와 타동사의 개념이 우리말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말에서는 [가다], [~에 다가 가다]가 모두 자동사로 취급

     되지만, 영어에서는  go (가다)는 자동사이고,  approach(~에 다가가다)는 

     타동사다.

      [She went to church every Sunday.]   [She approached the church.]

      우리말과 달리 [을/를]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영어의 동사는 전치사 없이

      명사를 직접적으로 목적어로 삼으면 타동사로 취급한다.

 

11. 실상 우리 말은 조사와 활용어미로 문장의 요소를 파악하는 언어이지만,

영어는 단어, 구, 절 등의 의미 단위의 배열로 문장의 요소를 파악하는 위치어

이다.

우리말의 조사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에 붙어서 격을 결정하고 그 말과 다른 말의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게 되는데 만약 외국인이 우리 말을 배운다면 그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 정도로 복잡하다.  외국인에게 우리 말은 단어간의 문법 관계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조사를 사용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동사의 활용을 보자. 

[가다/간다/가냐/가느냐/가라/가자/가는구나/가고/가면/가고있는/가는]등등

그 수가 무수하다.  [가도 (좋다), 가면 (다냐?), 갈테면 (가라)]등 동사를 다른  

말과의 호응에 따라 활용하는 일이 외국인에게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런 우리 말에 비하면 영어는 어법이 아주 간단한 편이다.

우리 말의 숫한 동사 활용에 비하면 영어의 시제는 어려울 것이 없다.

5형식, 준동사, 의미단위 등등의 영어 어법의 이해는 우리 말의 조사에 대한

이해와 비교하면  정말 별 것이 아니다.

  

영문법의 공부는

우리 말과 다른 어법 (관사, 문장의 형식, 준동사, 관계사, 가정법, 시제, 수동태 등)이 어떤 것인지를 간단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위치어인 영어에서는 의미단위 (sense group/ thought unit)를 파악할 줄 알면 

그것으로 영어의 어법은 다 아는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영어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에 남는 것은,  연어(collocations), 단어간의

호응(word parterships)과 같은 단어의 문법(word grammar)을 익히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