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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世說新語

zephyr 2014. 3. 20. 20:2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최근 안대회 교수 팀이 펴낸 심노숭(沈魯崇·1762~1837)의 '자저실기(自著實紀)'(휴머니스트)를 읽는데, 노인의 다섯 가지 형벌(五刑)과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에 대해 논한 대목이 흥미를 끈다. 먼저 다섯 가지 형벌에 관한 설명이다.

"사람이 늙으면 어쩔 수 없이 다섯 가지 형벌을

받게 된다.

보이는 것이 뚜렷하지 않으니 목형(目刑)이요,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치형(齒刑)이며,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각형(脚刑)이요,

들어도 정확하지 않으니 이형(耳刑)이요, 그리고

또 궁형(宮刑)이다."

눈은 흐려져 책을 못 읽고, 이는 빠져 잇몸으로 호물호물한다. 걸을 힘이 없어 집에만 박혀 있고, 보청기 도움 없이는 자꾸 딴소리만 한다. 마지막 궁형은

여색을 보고도 아무 일렁임이 없다는 뜻이다.

승지 여선덕(呂善德)의 이 말을 듣고 심노숭이 즉각 반격에 나선다.

이른바 노인의 다섯 가지 즐거움이다.

"보이는 것이 또렷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고,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연한 것을 씹어 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고,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편안히 앉아 힘을 아낄 수 있고, 나쁜 소문을 듣지 않아 마음이 절로 고요하고, 반드시

죽임을 당할 행동에서 저절로 멀어지니 목숨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을 다섯 가지 즐거움이라고 하리라."

생각을 한번 돌리자 그 많던 내 몸의 불행과 좌절이 더없는 행운과 기쁨으로 변한다. 눈을 감아 정신을 기르고, 가벼운 식사로 위장을 편안케 한다.

힘을 아껴 고요히 앉아 있고, 귀에 허튼소리를 들이지 않으며, 정욕을 거두어 장수의 기틀을 마련한다. 편안하여 기쁘다.

멀쩡한 육신을 믿고 오형의 처지를 되돌리려 드는 사람이 너무 많다. 덮어놓고 큰소리치고, 치아가

부실한데 고기만 찾으며, 건강을 과신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세상일에 정신을 소모

하고, 늙마에 색을 밝히다 패가망신한다.

작은 일에도 낙심천만해서 세상을 원망하고 자식을 탓한다. 괴롭고 슬프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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