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린 X 놔둔채 맞은 X 탓하는 위선자들 - 류근일 - | ||||
일부 논자(論者)들이 또 ‘자기 혼자 성인군자’ 같은 소리를 꺼내고 있다. 북이 저럴수록 우리는 그저 특사라도 보내서 ‘대화’로 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저쪽은 대화 하려는데 우리가 대화 아닌 ‘대결’로 치닫고 있다는 뉘앙스다. 그렇다면 묻는다. 6. 25 기습을 당했을 때, 아웅산 테러를 당했을 때, KAL기 폭파를 당했을 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당했을 때, 그리고 이번 같은 핵 공갈을 받았을 때, “전쟁 아닌 대화로 하라”라는 질책은 맞은 우리에게 해야 하나, 때린 북에 해야 하나? 깡패가 사람을 두들겨 팼을 때, “왜 말로 하지 않고 폭력을 쓰느냐?”는 소리는 얻어터진 피해자에게 해야 하나, 주먹 휘두른 깡패에게 해야 하나? 북에 가장 중요한 것은 3대 세습 ‘천황(天皇)제’ 유지다. 이것을 위해 개혁 개방도 하지 않고, 주민을 굶겨 죽이고, 폭압을 자행하고, 수용소를 만들고, 핵-미사일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한미동맹 해체와 미군철수와 이른바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더러는 그들의 그런 의도에 순응하면서 ‘돈 주는 대화’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로는 온갖 수단으로 우리 체제를 흔들고 있다. 자기들은 ‘존엄한 우리 체제’라면서, 우리는 ‘역적패당’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방주의인 것이다. 북이 이런 일방주의를 고치지 않는 한 ‘대화다운 대화’가 가능한가? 우리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항상 1대 1의 대등하고 공정하고 상호적이며 공존적인 대화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북은 시종 남북대화를 ‘혁명’의 한 방편으로서만, ‘보급투쟁’의 한 도구로서만, 대남 통일전선 전술의 한 수단으로서만, 받기만(돈) 하고 주지는(예컨대 국군포로, 납북자) 않는 일방통행만 추구해 왔다. 그리고 뒷전에서는 우리 돈이 투입됐을 핵-미사일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곤 일단 핵무기를 거머쥔 다음엔 그들은 ‘무자비한 혁명적 원칙’이라는 그들 본연의 맨 얼굴을 다시 드러냈다. “불바다 맞볼래,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할래?” 이러니 우리가 대화다운 대화, 공정한 호혜적 대화를 아무리 하자고 한들 그게 되느냔 말이다. 이런데도 우리 내부의 일부는 가해자는 놔둔 채, 피해자인 우리만 나무란다. “왜 대화 안 하느냐”고. 억울하고 분해서 가슴을 칠 노릇이다. 우리가 어쨌다고? 왜 맞은 놈만 야단을 치는가? “말로 하라”는 소리는 때린 놈한테 가서 해야 할 것 아닌가? 때린 놈한테는 한 마디도 안 하면서, 만만한 게 홍어 뭣인가? 류근일 201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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