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of silence

한글맞춤법에 문제 많다.

zephyr 2012. 10. 29. 19:28

 

훈민정음 서문은 한글 창제의 이유와 의의에 대해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하고

명료하게 말한다.

그 간결함, 명료함, 소박함의 수준도 한국 문화의 최고 유산인 한글의 우수성에

못지 않다. 

세종대왕은 모든 사람들이 쉽게 배워 편하게 사용하도록 세계 최고의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을 만드셨던 것이다.

그런데 1989년 한글맟춤법 시행이후 모든 사람들이 한글 사용에 너무나 많은

블편과  혼란을 격고 있다.  

작금에 와서는 그간 별 문제없이 잘 사용되던 한글을 놓고 공영방송에서까지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우리말 겨루기"까지 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라는 곳에서는 한글의 표기법에 대해 매일 수 많은 사람들의 문의에

답을 해 줘야 한다니 딱한 노릇이다.

한글맞춤법을 만든 당사자들은 사람들의 불평에 대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쉽고 편한 한글이 어렵고 불편한 한글이

되었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사람들이 일부의 현상만 가지고 어설프게 

확정적인 규법을 잡다하게 만든 것에서 빚어진 일이다. 

대체로 한글맞춤법의 오류는 우리말이 뜻글자인 한자를 우리 소리로 하여 우리의

고유어와 함께 사용된다는 사실, 어떤 언어든 모든 어휘는 기본형/원형을 갖고 있다는

원칙을 도외시한데 있다.

 

한글맞춤법 중 어법을 보는 시각에서  문제가 되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한글맞춤법 제 30항은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고 규정한다.

 

"1.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  2. 순우리말과 한자어의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에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다."

"1) 뒷말의 첫소리가 뒨소리로 나는 것 [예: 모깃불, 귓병],  

 2)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는 것[예: 아랫마을, 양칫물],

 3) 뒷말의 첫소리 모음앞에서 'ㄴ'소리가 덧나는 것 [예: 벼갯잇, 훗일]"

 

"毛澤東(마오쩌둥/Mao Tsetung)"은 한자어이며 중국어이다.

"모택동(毛澤東)"은 한글이며 한국어이다.

우리말의 소리를 한글로 표기하여 사용하는 말은 모두 우리말이다.

한글로 우리말의 소리을 표기하는 어법에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구분해서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든,  뒷말의 첫소리 'ㄴ,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든

그것을 밝혀 사이시옷으로 표시할 필요가 무엇인가?

 

"국가(國家)"를 "국까"라 표기하지 않는다.

표음문자라해서 소리대로 적는 것은 아니다.

"보리농사" 와  "보릿고개"로 표기법을 달리 하는 것이 옳은가?

된소리가 난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어원을 무시하고 사이시옷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보리고개"를 "보리꼬개"로 발음하는 것은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경음화이다.

"모기"와 "불"의 의미를 합성해 "모기불"이면 쉽고 일목요연할 뿐이다.

구태여 번거럽게 "모불"이라 할 필요가 무엇인가?

"아입술"이 맞는 표기법이라 해 "아턱"이라 하니 "아턱"이 맞는단다.

"장미빛"은 장빛"이 맞고, "장밋꽃"은 "장꽃"이 맞단다. 

합성어인 것은 마찬가지인데 "햇빛"은 맞고 "햇님"은 틀리며 "해님"이라야 맞는단다.

참으로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혼란과 불편을 무릅쓰고 어휘의 기본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이시옷(사잇시옷?)을

사용해야 하는 근거가 도대체 무엇인가?

"3. 두 음절로 된 다음 한자어"에서 곳간(庫間), 셋방(貰房), 횟수(回數), 찻간(車間)등의 사이시옷 표기법도  어휘의 원형/기본형을 무시한 것으로 올바른 어법으로 받아

들이기 어렵다..

한자어의 우리말 소리인 "고간", "세방"으로 표기하는 것이 쉽고 어법에도 맞다.

"곳간",  "셋방"이라 표기한다고 해서 고깐/곧깐, 세빵/섿빵의 실제 발음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한자의 원음을 그대로 표기하고 그대로 발음해도 의사소통에 아무런 지장도 없다.

"고간(庫間)"과 같이 한자를 병기하지 않는 데서 오는 병폐를 사이시옷 표기법으로

대신할 수 없다.  

두 음절로 된 한자어가 무수한데 그 중 대여섯 어휘를 지정해 사이시옷을 사용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한글표기법에서 사이시옷의 사용은 반드시 개선하거나 축소할 필요가 있다.

 

한글맞춤법 제 27항 붙임2 에서는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고 하며 "며칠"을 예로 들고 있다.

따라서 "몇월 며칠"은 맞으나 "몇월 몇일"은 틀린 것으로 한다.

국어사전에는 "며칠"의 뜻을 "몇 날"과 "며칟날의 준말"로 설명하고, "며칟날"은

"그달의 몇째 날"을 뜻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몇월 몇일 몇시"이면 모두 같은 의미(어느/몇째~)의 "몇~"이 분명한데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하다며 "며칠"이라니 황당하다.

"몇일"은 "(많지 않은) 몇 날"의 뜻도 되지만 "몇째 날"의 뜻도 된다.

몇월(月), 몇일(日), 몇시(時) 중 "몇일"만 "며칠"이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어원과 관련해 표준어규정 제 7항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 ~'로 통일한다.)도

납득하기 어렵다.

꿩, 소, 은행나무,  닭, 강아지, 돼지, 병아리, 기와, 양, 쥐 등은 한글사전에서

표제어로 사용하는 어휘로 원형이며 기본형이다. 

제 7항에서 그것들의 수컷을  1) '꿩', '소', '은행니무', 

 2) '수', '수캉아지'.'수퇘지', '수평아리', '수키와',

3) '양', '쥐' 등 세 가지로  예시하고 있다.

이것은 상식 이하이다. 전혀 가당치 않은 현학적 접근이다.

쉽고 간단한 것을 작정을 하고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기(obfuscation)로 한 것이

아니고는 그럴 수가 없다.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를 '수~'로 통일한다면서 '양', '쥐'는 또 무엇인가?

'닭', '병아리'가 난데없이 원형은 사라지고 '수', '수평아리'라니 어떤 구실로

그런 어법이 가능한가?   

'숫~'으로 통일하여 "숫꿩, 숫소. 숫은행나무, 숫닭, 숫강아지, 숫돼지, 숫병아리.

숫기와, 숫양, 숫쥐"로 표기하면 족하다. 간단하고  발음도 실제에 가깝다.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그리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가? 

세상에는 가끔 불가사의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한글의 맞춤법에서 실제로

그런 일을 보게되니 놀라울 뿐이다.  

'수컷'도 '숫'을 원형으로 하는 것이 맞지 않을가? 

"수컷"은 '숫것'을 말할 때의 부정적 감정을 반영한 표기법로 허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가? 

 

'수탉'의 표기법과 관련해 제 31항을 보자.

"두 말이 어울릴 적에 'ㅂ'소리나 'ㅎ'소리가 덧나는 것은 소리대로 적는다."

1. 'ㅂ'소리 나는 것: 댑싸리(대 ㅂ 싸리), 볍씨(벼 ㅂ 씨), 햅쌀(해 ㅂ 쌀)

2. 'ㅎ'소리 나는 것: 머리카락(머리 ㅎ 가락), 수탉( 수 ㅎ 닭), 안팎(안 ㅎ 밖)

 

음운구성에 의한 소리의 변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많은 음소 중 유독 'ㅂ'와 'ㅎ'의 경우만 소리대로 적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둘은 조음(調音)구조가 같은 형식도 아니다.

1)의 '댑싸리',  '햅살' 등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정형화된 어휘로서 사전의

표제어로 사용하는 것으로 그만이다.

2)의 [머리 ㅎ 가락]에서 'ㅎ'의 음가를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

왜 유독 'ㅎ'에 대해  음성학의 발음구조까지 반영해 표기하려 하는가?

[머리 + 가락]은 어디까지나 [머리가락]일 뿐이다.

'머리카락'은 '머리가락'의 우리말 발음법일 뿐이다.

제 30항과 31항은 서로 충돌도 하여 머릿가락? 머리카락? 혼란스럽기만 하다.

'안팍'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폭빨/폭팔'로 발음하지만 어원에 따라 '폭발(爆發)'로 적는다면,

'안빡/안팍'으로 발음하지만 어원/어법에 따라 '안밖'으로 적어야 타당하지 않는가? 

한글맞춤법은 소리대로 적느냐 어법에 맞도록 하느냐에 어떤 원칙이나  일관성이

전혀 없다.

한글맞춤법의 일관성의 문제는 도처에 산재한다.

"늙었을  때"를 왜 "늙으막"이라 하지 않고 뜬검없이 "늘그막"이라 하는가?

국립국어원은 "굵다랗게, 놉다랗게, 넓다랗게" 중 "넓다랗게"는 틀리고

"널따랗다"가 원형이기 때문에 "널따랗게"가 맞다고 "우리말 겨루기"에 자문해 준다.

"넓다"라는 어원이 있는데 왜 "널따랗다"를 따로 한글사전의 표제어로 삼는가? 

"굵다"와 넓다"의 발음은 "국따"와 "널따"이다.

 겹받침 'ㄺ'은 "ㄱ'소리가 나고 겹받침 'ㄼ"은 'ㄹ'소리가 난다.

그것은 표준 발음법의 규정으로 그만이다.

발음법과 표기법 뒤섞어 놓으니 엉망진창이다.

 

"글자"는 "글"가 아니다. 글자는 발음기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깔'은 감정이 섞인 것이 분명한 속어로 그 표기법을 수긍할 수 있으나

'눈', '눈미'와 같이 소리대로 적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런 식이라면 왜 '눈곱'은 '눈'이라 하지 않는가? 

'눈곱'과 마찬가지로 '눈섭', '눈설미'도 우리말의 경음화 현상에 맡길 일이다.   

 

'-음'은 용언의 어간이나 시제의 '-았/었'에 붙어 그 말을 명사형(높음, -했음)으로

만드는 전성어미이다.

요즈음에는 "해당없음"을 공공연히 "해당없슴"으로 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글맞춤법이 합쇼체의 종결어미 '-읍니다'를 '-습니다'로 바꾼 탓이다.

종결어미 '-읍니다'는 용언을 명사형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자연스럽게 부합한다.  

종결어미 '-습니다'는 'ㅅ'이 '았/었'의 'ㅆ'과 겹치기도 하여 아주 부자연스럽다. 

 

한글 표기법이 이렇게 혼란스럽고 어려워진 것은 쉬운 것을 복잡하고 어렵게

설명하는 실력없는 사람들이 한 나라의 어문정책에 끼어든 탓이 아닌가 한다.

한글마춤법과 국립국어원의 공신력을 어느 누가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89년의 한글마춤법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맥상"이다.

진짜 퇴자(退字)감이다. 퇴?!!

 

무엇보다도 한글맞춤법의 문제는 사람들이 국가가 만든 법이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다고 믿고 혼란과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데 있다.

한글맞춤법은 한국의 어문정책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인

한글의 사용법을 성문화하는 것이다.

행정 안전부는 "한글은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과 차별화되는 가장 뛰어난 

문화"라며 2013년부터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한다. 

차제에 한글의 위상과 국격에 누(累)가 되지 않는 한글맞춤법을 다시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모든 규정이 그러하듯 규정간 상관 관계의 최대한의 노출, 최대한의 명료성,

최대한의 경제성, 최대한의 일반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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